1_바라보다
그 날은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쏟아져 만연에 퍼진 습기로 인해 조금의 살결만 닿아도 불쾌해지는 피로한 날이었다.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손 끝이 아려와 석율은 제 손가락을 감싸쥐고 날씨에 비해 비교적 얇은 코트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. 석율의 손은 비교적 쉽게 식는 편이었다. 겨울이면 늘 차갑게 어는 석율의 손을 그래가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 그를 녹여주어 석율이 그것을 느낄 틈이 없었지만 다가오는 이번 겨울이 특별히 서늘한 것인지 아니면 제 손난로 역할을 해주었던 그래가 없어서인지 더욱 싸늘하게 느껴지는 제 손은 아무리 비비고 움켜쥐어 코트 속에 집어넣어도 영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. 씁쓸한 웃음이 터져나왔다. 어쩌다 이리 된건지 몇 번이고 함께 했던, 함께 할 것 같았던 겨울이 이번에는 석율, 그 혼자였다. 여름의 온도가 서서히 누그러지고 있음에도 희뿌연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안개가 흐릿하게 시야를 맴돌았다. 속이 메스꺼워 구토감이 들었다. 그 이유가 서리한 날붙이처럼 따가울 정도로 불어오는 찬 바람때문인지, 주변의 온도에 쉽게 녹아들어 송장처럼 식어버린 제 손 때문인지, 늦은 퇴근으로 인해 쌓인 여러날의 피로가 몰려와서인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. 분명한 것은 지금의 저를 완전히 무너트린 것이 다른 무엇의 이유도 아닌 장그래, 오로지 장그래로 인한 것이었다. 그렇지 않고서야 왜 나는 그저 너와 같은 분위기의 남자를 보았을 뿐인데, 네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너와 닮은 남자가 다른 이의 손을 따스히 감싸주고 있는 것 뿐인데, 너일리가 없는데. 그를 바라보는 것이 이리 비참하고 서글플 수 있을까. 어지럽게 울렁이던 속은 하얀 눈밭에 굴려가는 눈덩이처럼 막을 수 없이 크게 불어나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주었다. 따스히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, 굳게 마주잡은 그들의 손, 같은 곳을 향하는 발걸음. 코트 속에 쑤셔넣은 손 끝은 바늘로 찔리는 듯 따가워 나는 발걸음을 더 옮길 수 없었다. 그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고통스러워 당장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, 그가 그 자리를 떠나간 후에도 나는 감히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그저 하염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.
'존샨필모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[석율그래]Game Over (0) | 2016.02.20 |
|---|---|
| [정구그래] 時의 부재 (0) | 2016.01.12 |
| 아고율래 (0) | 2015.12.24 |
| 노멀율래 (0) | 2015.12.23 |
| [1511~ 1512] 썰 모음 (0) | 2015.12.12 |